▲ 귀농부인농장 대표 순지연씨가 수확한 상추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최현진
3번의 수해에도 연 매출 2억 달성
“농업은 평생직업 80살까지 일하고파”“상품성은 정말 자신 있다. 얼마를 손해 보더라도 제 기준에 미치지 않으면 판매하지 않는다”
충남 부여군 규암면에 위치한 하우스 15동에서 남편과 함께 상추, 수박, 방울토마토를 기르는 순지연(38) 대표의 귀농부인농장은 가락동농수산물 종합 도매시장에서 고가의 상추 재배 농가로 통한다.
순 대표는 “처음엔 상추 한 박스(4kg)에 6100원을 받았다. 다른 농가의 절반도 안 되는 평가에 낙심하기도 했지만, 꾸준히 좋은 상태의 상추를 출하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최고가 12만 9000원에 낙찰되는 등 상품성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일 년 내내 기른 모든 작물은 가락동농수산물 종합 도매시장을 통해서만 판매하는데, 지난해 3번의 수해를 본데도 불구하고 연 매출 2억 원을 달성했다.
고향인 부여로 내려와 귀농인의 자격을 얻기 위해 교육 100시간 이상을 수료 후 2019년 귀농부인농장이라는 상호로 출발했지만 순 대표는 아직도 교육이 있다면 천리길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시작했으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농사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 될 수 있다면 먼 거리여도 찾아가서 교육받으려고 한다”며 농업에 대한 열의를 내비쳤다.
아버지의 농사일을 도와드리던 어린 시절부터 남들보다 손이 빠르고 야무졌다는 순 대표는 “수박으로 시작해 상추, 애호박, 방울토마토까지 모든 작물을 성공적으로 길러냈지만, 지난 5년간의 농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고 했다.
처음 부여 10미중 하나인 수박을 주 작목으로 길러내 포전거래(圃田去來, 밭에서 재배하는 작물을 밭에 있는 채로 몽땅 사고파는 일)를 성사했지만, 출하 일주일 전 당도를 문제 삼으며 가격을 절반으로 제시해 소송을 진행했고 결국 2년여 간의 재판 끝에 승소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집중호우로 인해 하우스가 물에 잠기는 수해를 입기도 했다.
농부 이전에 두 아이의 엄마인 순 대표는 “365일 중 쉬는 날이 없어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면서 “하루는 애호박 수확을 준비 중이었는데 둘째 아이가 막대기로 애호박을 때리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애호박이 없어야 엄마가 자기랑 놀 수 있다고 답했다. 그 길로 애호박은 접었다”라고 말했다.
순 대표가 지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꿈’이다.
그는 ”농업을 하기 위해 부여로 내려오면서 평생직업으로 80살까지 일할 결심을 했다”며 “멋진 집을 짓고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자 하셨던 아버지의 꿈을 대신 이뤄드리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겪은 힘든 일들이 다음 사람에게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순 대표는 2022년 6명의 멤버와 함께 부여군 농업기술센터 강소농 모임체 ‘잇츠드림’을 결성했다.
잇츠드림 활동으로 부여 신규 농업인, 귀농인들에게 농업기술 전수부터 장비 대여, 정보 공유 등의 도움을 주고 있다.
순 대표는 “농부는 농사를 잘 짓는 게 다가 아니다. 농촌 생활에도 적응해야 하고 주변 농부들과의 소통도 중요하다”며 “청년 농업인이나 귀농·귀촌인 중 단 한 사람도 낙오되지 않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해든 deun127@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