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령 오천 충청수영성

뽀얀 속살 타우린•칼슘 풍부
구이•볶음 등 다양한 요리
충남 보령시 오천면에 있는 충청수영성은 임진왜란 때 전국 5개 수영(水營) 중 하나였다. 부산, 경남 통영, 전남 여수와 해남, 보령에 있었다. 수영성은 조선 시대 수군 지휘부로 지금으로 따지면 해군사령부다. 그러니 조선 시대 서해안을 방어하는 중심 기지가 바로 오천 충청수영성이다.
수영성은 전략적 요인 때문에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축조했다. 그래서 경관이 아름답고 전망이 좋다. 특히 오천면에 있는 충청수영성은 예로부터 전국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수영으로 소문나 있었다. 이곳 꼭대기에 있는 정자인 영보정은 천수만 일대를 훤히 조망할 수 있다. 영보정에 대해 다산 정약용은 ‘세상에서 호수·바위·정자·누각의 뛰어난 경치를 논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오천면의) 영보정(永保亭)을 으뜸으로 꼽는다’고 했다. 보령 출신 조선 후기 문신이었던 채팽윤도 ‘호서의 많은 산과 물 중에 영보정이 가장 뛰어나다’고 했다. 그만큼 서해와 드넓은 평야, 나지막한 야산을 끼고 있는 이곳 경관은 극찬을 받기에 충분했다.
영보정에 오르면 오천항을 꽉 채운 어선들이 눈에 보인다. 이곳은 노을이 아름다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해 질 녘 방문하면 인생 최고 사진을 건질 확률이 높다.
최근 넥플리스에서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16부작 ‘폭싹 속았수다’ 극본을 쓴 임상춘의 TV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도 대부분 장면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이 일대에서는 우리나라 키조개 생산량의 60~70%가 잡힌다. 특히 키조개는 5월이 제철이니, 어떻게 충남도정신문에서 이곳을 거론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100% 자연산 키조개
키조개는 전체적으로 삼각형 형태를 띠고 있는 대형 조개다. 오천항 키조개는 종패를 뿌리지 않는 자연산이다. 잠수부가 배 위에서 산소를 공급하는 줄로 연결해 호흡하면서 수심 30~60m 내외의 물속에서 직접 잡는다.
키조개 껍데기 길이는 30∼35㎝로, 모양은 부채처럼 길쭉한 삼각형이다. 옛날 곡식과 잡석을 거르던 농기구 ‘키’와 닮아서 이름도 키조개로 붙었다.
조개껍데기 안의 뽀얀 조갯살은 회부터 구이·볶음·탕까지 다양하게 먹는다. 타우린·칼슘 같은 성분이 풍부하다. 호르몬 작용을 촉진하고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키조개가 가장 맛있는 때는 4~5월이다. 5월에는 이곳에서 축제도 연다. 올해에는 6월 대통령 선거 때문에 고민이라고 한다. 키조개는 7∼8월 산란기가 지나면 살이 질겨지고 맛이 덜하다.
키조개라 하면 관자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키조개는 다른 조개와 달리 이동하지 않고 한곳에서 서식한다. 우리나라 키조개 관자는 유난히 하얗고 투명해 일본에선 우리나라 것을 최상으로 생각한다. 오천항의 키조개는 전량 일본으로 수출됐지만 지금은 국내에서도 생산량이 늘어 언제나 먹을 수 있다.
▲충청수영성도 볼거리
요즘 오천항에 가면 제철 맞은 키조개가 풍성하다. 키조개는 다양한 요리로 탄생한다.
가장 대중적으로 먹는 게 각종 채소를 넣어 끓고 있는 육수에 적당한 크기로 썬 관자를 살짝 데쳐 초고추장이나 간장으로 찍어 먹는 샤브샤브다. 각종 채소와 고추장 설탕 등을 함께 버무려 새콤달콤하게 무쳐내는 무침도 일품이다.
버터를 바른 프라이팬에 살짝 익혀 먹는 버터구이도 제맛이다. 비린 맛이 없고 부드럽다. 너무 익히지 않고 촉촉하게 먹어야 질기지 않고 제맛을 느낄 수 있다.
최근 대천해수욕장에 혜성처럼 떠오른 메뉴는 바로 ‘키조개 삼합’이다.
키조개 관자와 우삼겹 또는 차돌박이, 그리고 채소가 한데 어울려 먹는다. 어느 순간부턴가 키조개가 등장해 대천해수욕장 바닷가는 키조개 삼합 일색이다. 여기에 더 푸짐하게 전복과 새우, 가리비 등 다른 해산물도 함께 제공되기도 한다. 이 음식을 파는 곳이 워낙 많다 보니 대천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은 반드시 먹어야 할 의무감마저 느낀다고 한다.

▲ 보령 오천항
▲100년 역사 지닌 청소역
오천항에 가기 전에 꼭 권장하고 싶은 곳이 청소역이다. 오천항에 가는 길목이다. 청소역은 1929년 장항선이 개통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생긴 작은 간이역으로, 충남 천안과 전북 익산을 연결하는 장항선이 지나는 곳이다. 하루에 8대의 무궁화호 열차가 오가는 곳이다.
청소역 일대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 촬영지이기도 하다.
간이역은 일제시대 건물 양식으로 내부가 목재다. 과거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보존 건물이다. 이곳과 주변 거리는 영화가 인기를 끈 이후부터 여행객이 자주 찾아온다. 역사 주변이 영화 ‘택시운전사’를 연상할 수 있도록 포토존, 영화에 등장했던 택시도 전시돼 있다. 작은 간이역이지만, 서울까지 가는 철도가 운행하니 깔보면 안된다. 문뜩 시간을 내 용산역에서 장항선 완행열차(무궁화호)를 타고 느릿한 차창밖을 보면서 청소역에서 내려 시내버스를 타고 오천항으로 가는 것을 어떨까? 5월의 여행은 충남 보령이다.
/이기진 충남문화관광재단 관광사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