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사로운 햇살과 가볍게 부는 봄바람을 맞으며 천년 고찰 개심사에 다녀 왔습니다.
사찰이 가까워지자, 차량이 정체되면서 움직이지 않아 차라리 조금 걷는 게 나을 것 같아 맨 아래에 위치한 주차장에 가까스로 차를 주차했습니다.
위쪽으로 걸으면서 몇 개의 주차장이 보였는데 모두 만차인 것 같아 내심 잘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개심사로 향하는 초입에 들어서니 옛날 시골 장터에 온 것 같은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도로 양옆으로 늘어선 식당과 음료수 가게 , 각종 약초와 나물을 파는 상인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급할 것도 없어 이것 저것 구경하며 시음으로 건네주는 칡 즙도 얻어 마시며 오르는 길이 정겹기만 합니다.

일주문이 보입니다.
충남 4대 사찰 중 하나 인 개심사는 상왕산의 울창한 숲에 자리합니다.
코끼리의 왕이라는 뜻의 상왕산은 부처님을 상징하고 무아경을 설한 인도의 산 이름이기도 합니다.
1300년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개심사는 백제 의자왕 (654년) 14년에 혜감국사가 창건 하였다고 전합니다.
성종6년에 불에 타 없어져 성종15년에 새로 지어졌으며 조계종 수덕사의 말사입니다.


사찰로 가는 길이 조금 가파른데 돌계단을 통해15분 정도 걸어야 합니다. 모두들 편한 복장과 운동화를 싣고 오르고 있습니다.
울창한 숲과 잔잔하게 피어난 야생화와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걷는데 누군가의 간절함이 돌 탑을 쌓아 올렸네요.


개심사에 도착, 처음 눈에 들어오는 건 직사각형의 긴 연못 너머로 상왕산 개심사라는 현판의 안양루입니다.
징검다리 하나가 놓인 연못에는 하얀 연꽃이 듬성듬성 피어나 가까이 들여다보니 생화가 아닌 조화였습니다.
하지만 청록의 개구리밥과 가시연과 잘 어울려 나름 연못의 분위기를 한층 조성해 운치를 더합니다.
연못 속에는 싱그러운 녹음이 거울처럼 반사되 한가로운 봄날 오후를 감상하는 사람들이 모여 물멍을 하고 있습니다.
연인들이 다정하게 연못 위 다리를 건너는 모습이 계절의 여왕 오월과 닮아 있습니다.


돌계단을 올라 대웅전 마당에 들어서니 5층 석탑이 보이고 빨간 연등이 나란히 줄지어 있습니다.
대웅전을 기준으로 좌측 심검당, 우측 종무소가 위치해 ㅁ자 형의 구조입니다.

대웅전 안에는 석가모니를 모시지 않고 아미타불과 양옆으로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을 함께 모셨습니다.

'세상에 평안을 마음에 자비를 '이라는 문구 위로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는 연등이 색색이 하늘 아래 걸려 있습니다.

우측 종무소에는 부처님 오신 날 연등을 좌측에는 기와 불사를 접수하고 있어서 제가 기와 불사를 어디에 쓰냐고 물어보니 '경비 관제소' 를 지을 예정인데 그곳에 쓰인다고 하더군요. 쓰이고 남는 기와는 어떻게 처리 하냐고 물으니 절에서 보관하고 있어 부처님 품 안에 계속 머문다고 합니다.
한 장의 기와 불사를 시주 한 공덕은 자손들의 비 바람을 막아주며 업장을 소멸시켜 모든 원하는 바가 성취된다고 하여 저도 가족 이름을 올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무해무탈 염원을 적었습니다.

스님들의 수행처 심검당을 둘러 나오는데 흰 동백 나무 한 그루가 있었어요.
제가 태어나서 처음 본 흰 동백이 귀하고 신기해 자세히 들여다 보았습니다.

개심사 범종은 일제 강점기 사찰의 쇠붙이를 약탈해 간 것을 참회하기 위해 일본인이 설판시주하여 세워졌다고 합니다.


화려한 연등 행렬을 벗어나자 고즈넉한 산사의 또 다른 이면이 나옵니다.
평화롭고 한가한 산사의 오후를 거닐며 이곳저곳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입니다.

아직 낙화 하지 않는 왕 벚꽃 나무가 푸른 하늘 아래 핑크로 일렁입니다.
간혹 바람이 불 때면 , 꽃비가 되어 흩날렸는데 벚꽃은 막 피어날 때도 만개할 때도 바람에 흩날릴 때도 바닥에 수북이 쌓일 때도 모든 과정이 아름답습니다.

반려견과 나들이 나온 분이 소중한 이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왕벚꽃 아래서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벚꽃으로 사람들이 많이 왕래 하는 곳에 명부전이 있습니다.
명부전은 인조 24년에 지어졌으며 지장보살과 시왕을 모신 전각입니다.
지장보살은 저승에서 고통 받는 중생을 구원하기 위한 보살이고, 시왕은 저승 세계의 죽은 자의 죄를 심판하는 10명의 왕입니다.
안을 들여다보니 기둥을 세우지 않아 공간이 꽤 넓어 보였으며 출입문 좌우에 사람 크기만 한 무섭게 생긴 사자상이 양옆에 지키고 있더군요.

명부전 옆에 수령 150년 된 보호수 배롱나무가 있습니다.
7월 쯤 꽃이 핀다고 하니 여름에 오면 아름다운 자태를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심사를 상징하는 청 벚꽃입니다. 완전 청색이 아니라, 푸르스름한 연두 빛이 도는 겹 벚꽃인데요, 희귀종이라 그런지 신비롭기 그지 없습니다.
많은 상춘객이 청 벚꽃을 보러 이곳 개심사에 들르곤 합니다. 일반 벚꽃보다 개화 시기가 늦어 4월 끝자락을 장식하지만, 5월 초 인데도 아직 남아있는 꽃송이들이 탐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상왕산 자락에 드리운 천년 고찰 개심사는 아담한 사찰로 봄이면 왕벚꽃과 청벚꽃이 앞다투어 피어나 방문객들을 설레게 합니다.
그 아름다운 풍경은 보고만 있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닫힌 마음마저 활짝 열리게 하는 개심사에서 완연한 봄을 느껴보세요.
서산 개심사
충남 서산시 운산면 개심사로 321-86
* 취재일 : 2025년 5월 4일